
12일 오후 서울대학교 기숙사 지하 빗물 저장 시설에서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한무영 교수(오른쪽)가 학생에게 모인 빗물이 처리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heon@chosun.com
빗물 다시쓰는 서울대 기숙사
제18회를 맞은 올해 한·일 국제환경상(The Asian Environmental Awards) 수상자로 한무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와 일본 시민단체 ‘황새습지네트워크’가 선정됐다. 한 교수는 서울대 대학원 기숙사에 빗물 저장 시설을 만드는 등 빗물을 생활용수로 재활용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이를 동남아·아프리카 지역에까지 전파해 물 부족으로 고통받는 주민들을 도왔다. 2007년에 만들어진 황새습지네트워크는 일본 내 멸종됐던 황새가 자연에서 성공적으로 복원될 수 있도록 도시마 습지를 보호하고 황새 탐조(探鳥) 활동도 펼쳤다. 이 수상자들의 공적 내용을 소개한다.
서울대학교 대학원 기숙사 지하에는 200t 규모의 빗물 저장 시설이 있다. 빗물을 모아 생활용수로 재활용하는 곳이다. 지붕에 고인 빗물이 홈통을 따라 흘러내려 지하에 설치된 수조로 모이도록 한 단순한 구조지만, 이렇게 모이는 빗물은 연간 1200t가량. 그저 ‘물 흐르듯’ 흘려보낸 빗물은 기숙사 화장실 변기 물로 활용된다.
이 시설을 만든 사람은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한무영(56) 교수다. 한 교수가 2003년 이 빗물 저장 시설을 만들기 전까지만 해도 “빗물을 재사용하는 게 과연 잘될까”라며 의구심을 갖는 사람이 많았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한 교수는 “빗물 저장 시설은 설치 비용이 1t당 평균 30만~40만원 정도로 저렴한 데다, 먼 지역에서 물을 끌어오지 않아도 되니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이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2004년 서울 광진구 주상복합건물 ‘스타시티’ 지하에 대규모 빗물 저장 시설을 설계하는 데도 참여했다. 건물 지하에 총 3000t 규모로 설치된 세 칸의 저수조 중 두 칸에는 조경·공용 화장실 용수와 소방 용수를 담아두고, 나머지 한 칸은 집중호우와 침수에 대비해 비워둔 구조다. 건물 지하에 가득 고여 있는 빗물 덕에 입주자들은 공용 수도 요금을 한 달에 200원만 내면 된다. 한 교수가 지방자치단체와 시공사 사이에서 중재하고 설득한 끝에 이뤄낸 결과다.
한 교수는 한국에서의 경험을 해외로 전파하는 데도 앞장섰다. 동남아시아·아프리카 등지 물 부족 지역을 찾아다니며 빗물 활용의 중요성을 알리고 빗물 저장 시설을 설치해주는 활동을 해온 것이다.
2007년 1월에는 겨울방학을 맞은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학생 10여명과 함께 쓰나미 피해를 본 인도네시아 반다아체 지방을 찾아 빗물 저장 시설을 지어주는 봉사 활동을 진행했고, 2008년에는 지하수에 비소 성분이 섞여 마실 물이 부족하던 베트남 하노이 인근 지역에 빗물 저장 시설을 만들었다. 2009년에는 아프리카 탄자니아, 지난 1월에는 태평양의 솔로몬 제도(諸島), 지난 6월에는 전남 신안군 기도에 빗물 저장 시설을 만들었고, 지난 3일에는 말레이시아를 찾아 빗물을 이용하는 지혜를 전파했다.
한 교수는 “물이 부족해 고통받는 이들에게 빗물 이용 방법을 알려주고, 동시에 학생들이 책상에 앉아서 배운 전공 지식을 다른 이들을 위해 봉사하는 데 쓰도록 한 것”이라며 “비록 개당 2~4t 규모의 작은 시설이지만 물 부족 지역에서는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무영 서울대 교수]
“하늘이 준 공짜 선물… 빗물을 잘 활용해야”
한국에 가뭄이 심하게 들었던 2000년 봄 오염물질이 섞인 강물도 깨끗하게 처리해서 식수로 사용하는데 정작 하늘에서 바로 내려온 깨끗한 비는 왜 이용하지 못하고 있느냐는 생각에 빗물 연구를 시작한 지 10여년이 지났습니다.
빗물은 하늘이 우리에게 주는 ‘공짜 선물’입니다. 하지만 정작 우리는 빗물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잘 모르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로 인해 홍수와 가뭄이 더 잦아질 테고 지금보다 더 많은 이가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빗물 관리를 잘 하면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을 모으는 단순한 구조의 빗물 이용 시설이 한 가정 나아가 한 지역의 기쁨이 될 수 있습니다.
물 때문에 걱정과 슬픔이 생기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빗물 연구를 계속해 나가겠습니다.
Source : 조선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