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와 미국 애리조나대학의 공동 연구팀이 원유 정제과정에서 나오는 황 폐기물을 활용해 쉽게 가공할 수 있는 고성능 플라스틱 신소재를 개발했다.
23일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차국헌·성영은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와 제프리 편 애리조나대 화학부 교수는 이런 내용을 포함한 연구 결과를 화학 분야 학술지 ‘네이처 케미스트리’에 지난 15일 온라인으로 게재했다.
원유 정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황 폐기물의 양은 전 세계적으로 연간 7백만톤에 이르지만, 황 수요가 많지 않고 가공성이 떨어져 이를 재활용하는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황을 섭씨 160도 이상으로 가열하면 플라스틱처럼 성형이 가능한 열가소성 물질이 되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었으나, 온도를 낮추면 거칠고 잘 부서지는 성질을 다시 띠게 돼 활용 가치가 낮았던 것이다.
연구진은 다량의 황에 소량의 유기물질을 첨가해 중합체를 형성하는 ‘역가황반응’(Inverse Vulcanization)으로 가공성이 우수한 물질을 만드는 방법을 고안했다. 섭씨 185도로 가열한 액체상태의 황에 ’1, 3-디이소프로페닐벤젠’(DIB)이라는 유기단량체를 첨가하는 것만으로 공중합반응을 일으켜 황 함량이 90%에 이르면서도 화학적으로 안정하고 가공성이 우수한 플라스틱을 만든 것이다. 다른 개시제나 유기용매는 사용하지 않았다.
‘역가황반응’이라는 개념은 고분자 사슬에 소량의 황을 첨가하는 ‘가황반응’(Vulcanization)을 통한 합성고무 제조법과 좋은 대조를 이룬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렇게 만든 ‘황-DIB 공중합체’의 물리적 특성이 성분 비율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하고 가공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방법을 고안했다. 또 이를 이용해 다양한 패턴의 필름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도 실증했다.
연구진은 또 이 물질이 차세대 전기자동차에 쓰일 유력한 고밀도 에너지원 후보로 꼽히는 리튬-황 배터리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음을 실증했다.
황-DIB 공중합체는 기존의 황 전극과 달리 DIB 분자와 황이 공유결합에 의해 묶여 있으므로, 황이 전해질에 녹아서 빠져나가는 현상을 줄이고 배터리의 고용량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성과가 차세대 배터리 양극재 개발과 차세대 전기자동차 개발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ource : 사이언스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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