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한우(韓牛)의 장내에서 새로운 메탄균 신종을 발견해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생명과학연구원 미생물자원센터의 김병찬 박사팀이 이 일을 해냈다. 국내 최초로 한우 장내 메탄균 신종을 발견함으로써 국내에서도 다양한 토착 고세균 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일고 있다.
배양 어려움 극복… “나름의 노하우로 해결했죠”
메탄균은 소와 염소 등의 반추동물뿐 아니라 곤충과 조류, 어류의 장내에 존재한다. 또 사람의 장내에 서식하는 고세균으로 산소가 없는 절대혐기적인 조건에서 메탄을 생성하며 생육한다, 여기서 ‘절대혐기’란 극미량의 산소도 존재하지 않는 조건과 환경을 의미한다.
“메탄균 신종발굴에 대한 연구는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돼 왔습니다. 이번 연구는 토착환경에서의 신종 메탄균을 발굴한 것인데, 메탄균이 고세균이라는 점에서 많은 분들이 고세균이 무엇이냐고 묻더군요.
고세균은 쉽게 이야기하자면 원시세균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원시 지구에는 산소가 없었는데, 지구에 처음 존재했던 기체가 메탄가스일 것이라고 추측되고 있죠. 때문에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세균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김병찬 박사에 따르면 고세균에는 섭씨 100도에서 자라는 미생물인 초호열균, 염(鹽)을 좋아하는 초호염균 등 극한의 환경에서 생존하는 미생물이 많다. 생물학적으로 고세균은 세 가지로 나눠지는데, 초호열균과 초호염균, 그리고 메탄균이 바로 그것이다.
“저는 그동안 고세균을 연구해 왔습니다. 여기에는 극한 미생물이 많죠. 호염균 뿐 아니라 메탄균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그리고 이게 소 안에 굉장히 많아요. 비단 소뿐 아니라 곤충과 사람의 장내에도 많이 존재하고요. 사람의 방귀가 바로 메탄가스잖아요.
메탄균이 자라는 곳은 주로 산소가 존재하지 않는 땅 속이에요. 폐수처리시설을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입니다. 가축의 배설물이 거름으로 쓰이잖아요? 가축 안에 있는 배설물을 땅 속에 뿌리면 땅 안으로 들어가게 되고,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자라죠. 하지만 메탄균은 극혐기물질이기 때문에 연구실에서 일부러 배양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메탄균은 혐기균 중에서도 배양이 각장 힘든 균으로 알려져 있다. 혐기균 중 하나인 클로스트리디움(Clostridium)은 극미량의 산소가 들어갈 지라도 잘 자라 배양이 한결 수월하지만 메탄균은 조금의 산소라도 들어가며 절대 자라지 않기 때문에 배양이 매우 까다롭다.
때문에 메탄균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쉽지 않아 국내에서는 신종 메탄균 보고가 지금까지 단 한 건도 없었다.
“산소가 없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가장 중요해요. 그리고 가장 힘든 일이기도 하고요. 현재 우리나라가 신종 미생물을 많이 보고하고 있어요. 세계 1~2위 수준이죠. 하지만 메탄균을 발굴한 사례는 단 한건도 없다는 점에서도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작업인지 알 수 있습니다.”
답보상태에 있던 국내 메탄균 연구에 김병찬 박사팀이 성과를 낼 수 있던 것은 생명과학연구원의 인프라시설 중 하나인 미생물자원센터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이곳에 절대혐기 극한환경미생물 배양시스템이 구축돼 있어 원활한 연구가 가능한 것이다.
“메탄균을 배양하기 어려운 또 하나의 이유는 수소를 먹고 자라는 미생물이라는 점에 있습니다. 수소는 사실 위험한 물질이거든요. 폭발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죠. 이러한 수소를 먹고 자라는 게 메탄균이기 때문에 잘 배양하기 위해서는 가압(加壓)을 해줘야 합니다. 수소 안에서 메탄균을 넣어놓기만 해서는 절대 자라지 않거든요. 3기압 이상의 가압을 해줘야 잘 자랍니다.”
메탄 이용해 새로운 에너지 발굴
그렇다면 왜 이토록 메탄균 연구에 과학자들이 집중하고 있는 것일까. 메탄균은 두 가지 얼굴을 지니고 있을 정도로 득(得)과 실(失)이 뚜렷하게 차이가 나는 물질이다. 먼저 과거 공룡이 멸종한 원인 중 하나가 메탄균으로 지목될 정도로 메탄균의 역할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대학교 그레엄 럭스턴 교수와 연구진은 공룡의 멸종원인으로 150년간 엄청난 양의 메탄을 방출해 기후변화를 일으켜 멸종한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즉 자신들의 방귀와 트림에서 방출된 메탄가스로 지구의 기후가 변화, 결국 멸종이라는 결말을 갖고 왔다는 것이다.
“공룡은 몸집이 크고 목이 길잖아요. 몸집이 크면 메탄균이 활동하기에 더 좋습니다. 산소가 없는 조건이 더 잘 만들어지기 때문이죠. 몸집이 커질수록 목이 길어서 산소가 들어갈 확률이 줄어들거든요. 아마 기린도 연구를 해보면 무척 재미있는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이처럼 메탄균은 온실가스의 주요 원인이지만, 바이오매스의 에너지원이기도 한 만큼 과학자들은 이에 대한 발상을 바꾸기 위해 부단히 노력중이다. 특히 지금의 과학자들은 메탄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 이를 이용해 새로운 에너지원을 만드는 데 더욱 집중하고 있는 상태다.
결국 메탄가스를 줄이는 것과 더욱 많이 발산하는 것에 대한 연구가 동시에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그중에서도 김병찬 박사팀의 연구는 추후 메탄가스 발생량을 줄일 수 있는 친환경 사료첨가제 개발로 이어질 것으로 보여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메탄가스를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연구인 셈이다.
“메탄균 발굴을 위한 연구는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실험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죠. 일단은 고체배양을 성공했기 때문에 앞으로 균 분리가 더욱 쉬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좀 더 멀리 보면 해당 미생물이 특이적으로 발현하는 저해제를 발견할 수도 있겠죠.”
김 교수는 “앞으로 신종 메탄균 분류를 수행하면서, 메탄균 유전자 조작에 대한 연구를 심도 있게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Source : 사이언스타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