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풍력과 달리 날씨 상관없는 신재생에너지
독일 란다우 지열 발전소에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비화산 지대인 이곳에서는 저온의 지열로 발전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아이슬란드의 한 지열 발전소에서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아이슬란드는 세계 7위의 지열 발전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소요 전력의 약 30%를 충당한다.북대서양 섬나라인 아이슬란드의 최대 발전회사 랜드스비르크준은 지난 해 3월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다. 아이슬란드로부터 약 1170~1900㎞ 떨어진 스코틀랜드와 독일 등 북유럽 국가까지 해저 전력선을 깔아 전기를 수출하겠다는 구상이다.
아이슬란드의 풍부한 지열로 전기를 생산하면 풍력이나 화력 발전에 비해 원가도 싸고, 온실가스도 거의 배출하지 않아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을 했다. 회사 측은 계획대로 되면 2020년에는 한국의 고리 원전 1호기의 연간 생산 전력과 비슷한 지열 발전 전기 50억kWh를 수출해 3억5000만~4억5000만 달러(한화 3993억~5134억원)를 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경북 포항에서 대규모 지열 발전소 시범 건설 사업이 시작되고 있다. 2015년까지 1.5MW급 소형 지열 발전소를 시범으로 지어 가동해본 뒤 2030년까지 대형 원전의 5분의 1정도 규모인 200MW 규모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이다.
지구 온난화로 온실가스 감축 압박이 거세지고 있고,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기피 현상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대표적인 신재생 에너지인 지열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화산 활동이 활발해 지열이 풍부한 아일랜드에서부터 우리나라 같이 고온의 지열대가 많지 않은 나라에 이르기까지 세계 50여 개 국가에서 지열 발전 개발이 활발하다.
아이슬란드의 한 지열 발전소에서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아이슬란드는 세계 7위의 지열 발전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소요 전력의 약 30%를 충당한다. 2012년 현재 세계에는 약 1만1224MW(대형 원전 11기 시설에 해당)의 지열 발전 시설이 가동되고 있다. 미국이 3086MW로 가장 많고, 필리핀 1904MW, 인도네시아 1197MW 순이다. 아이슬란드는 인구 30만 명에 불과하지만 575MW로 세계 7위에 올라 있다. 우리나라는 전무하다. 지열 발전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풍력이나 태양광과는 달리 일기에 영향을 받지 않을뿐더러 대용량 발전소 건설이 가능하고, 고갈될 염려 없이 24시간 가동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다. 원전처럼 상시 전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더구나 우리나라처럼 화산 지대가 아닌 지역의 저온 지열로도 발전이 가능한 기술이 속속 개발되고 있는 것도 그 확산에 한몫을 하고 있다.
아이슬란드 같은 화산지대에서는 지열 발전이 비교적 쉽다. 가끔 화산 폭발로 곤욕을 치르기는 하지만 땅을 깊이 파지 않아도 섭씨 300~400도의 뜨거운 물을 얻을 수 있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 고온의 물에서 나오는 수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기 때문에 공정도 비교적 간단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화산지대가 아니기 때문에 포항의 경우 지하 2.5㎞를 파고 내려가야 섭씨 90도 내외의 물을 얻을 수 있다. 이런 물을 끌어올리거나 찬물을 지하로 넣어 데워 쓴다. 이 때문에 끓는점이 물보다 훨씬 낮은 액체를 끓여 그 증기로 터빈을 돌린다. 비화산지대인 독일 란다우발전소도 지하 3000~5000m까지 파이프를 심어 찬물을 집어넣어 데운 뒤 끌어올리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런 지열 발전은 화산지대보다는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이 단점이다.
저온의 물을 사용할 수 있는 지열 발전 기술이 발전하면서 소규모 지열 발전소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국 알래스카의 휴양지인 체나 핫 스프링에는 약 70가구 정도가 사용할 수 있는 200kW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지열 발전소를 섭씨 75도의 온천수로 가동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저온의 물로 증기를 만드는 액체는 에어컨 냉매를 사용하고, 응축을 위한 에너지는 연중 풍부한 섭씨 5도 정도의 눈 녹은 물을 사용해 에너지 생산량을 극대화하고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열연구실 송윤호 박사는 “지열 발전을 적극 개발해 화력 발전 등 온실가스 배출원을 줄일 필요가 있다”며 “수요에 맞춰 발전 기기의 국산화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Source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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